진익송(1960-2022)은 1960년 8월 울산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에 부산으로 이사를 한 후, 부산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1979년 홍익대학교 미술 대학 서양학과를 입학하였다. 1984년 졸업 이후 1988년 부산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고, 이후 그 당시의 동문들과 마찬가지로,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 가서 뉴욕대(NYU) 대학원을 입학하여 1992년에 졸업하였다. 1996년에는 주한영국문화원에서 주관하는 연구장학기금 수혜자로 선정되어 1996년 부터 1997년에 영국 뉴캐슬(Newcastle)의 노섬 브리아대학교(Northumbria University)에서 방문 작가 및 박사 후 연구원(Post Doc. Fellow)으로 영국의 현대미술을 연구하였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강의와 작업을 병행하였고, 1997년 충북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어 후학을 양성하며 작고 하는 날까지도 제자들을 위해, 또 지역의 한계를 넘어 미술로 다른 지역, 다른 문화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
작가는 지난 40여 년간 한국과 미국, 영국 등을 오가며 일관되게 공간과 시간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주변 환경과 공간에 대한 탐색을 주제로 작업을 하였는데, 사물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도 그 대상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과의 조화 등을 모색하였으며 이를 발전시켜, 공간에 대한 연구를 평면 회화에 적용했다. 그 결과를 첫 개인전에서 '공감 (Feeling Space)'을 주제로 전시를 하였으며, 같은 해에 바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현대미술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현대미술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며 많은 연구와 실험을 거듭한 끝에 작품의 소재에 철판 등 다양한 오브제를 적용하여 '시간'을 덧 입힌 작품들을 선보였다.
유명한 아트 딜러 아이반 카프(Ivan Karp)는 뉴욕 소호의 OK 해리스 갤러리(OK Harris Gallery)를 운영하며 앤디 워홀(Andy Warhol)과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과 같은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현대 미술 역사에서 팝 아트 운동을 시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2000년 6월, 카프는 진익송을 초대하여 OK 해리스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 중 하나인 미사(The Mass)는 이후 한국의 중등 미술 교과서에 실렸다.
미국의 화가이자 저명한 미술 평론가인 윌 바넷 (Will Barnet, 1911-2012)은 진익송의 작품에는 전진적이고 목적 있는 어떤 속성이 있으며, 작품 스스로가 시간을 통해 완벽해져 가는 양식을 취하면서도 현시대의 예술적 관점을 아주 강하게 반영하고 있는데, 그 자체가 자신의 주변 시야 (perimeter)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 속에서 각 작품이 생동감 있게 작용한다고 평하였으며, 그의 작품은 마치 어떤 새로운 세계, 신비의 영역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듯하다고 호평하였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진익송은 대학에서 강의를 겸하면서 더욱 작품에 매진하여, 그의 작품 세계를 확장한다. 그는 한국, 미국, 영국 등에서 다양한 문화와 사회, 환경을 경험하며 그의 대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문(Door) 시리즈 작업을 선보이게 되는데, 문 연작들은 인간에 대 한 사유와 삶에 대한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 또한 수백 개의 시계가 붙어있는 <영원한 문(Timeless Door)> 연작들은 문 시리즈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그는 2010년대 이후 홀로그램 등을 적용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는데, 여기에서도 자신의 작품을 '작품이라기보다 연구'라고 불렀던 그의 연구자로서의 태도가 돋보인다.
이 세상과 현상에 대해 명철하고 예리하게 분석하였지만, 무엇보다도 따뜻하고 보듬는 마음을 잃지 않았던 작가의 지난 작품을 통해 세상과의 조화, 시간의 유한성과 무한성, 인간 내면의 선택과 확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진익송은 시간과 공간, 현시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했던 연구자로서, 또 제자들에게 작가로서의 길을 열어주고자 열렬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교육자로서 우리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다.